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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 - 한국경제 흑역사에서 배우는 오늘의 경제 교양 (커버이미지)
    [역사]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 - 한국경제 흑역사에서 배우는 오늘의 경제 교양
    • 김정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12-27

    뿌리부터 알면 진짜 실속 있는흥미진진 한국경제의 역사✔경제상식은 웬만큼 공부했다 싶은데✔재테크 실전도 좀 해봤다 싶은데뉴스 보면서 ‘한국경제’ 왜 이러지 궁금했던 이들에게-28만 구독 금융·경제 레터 ‘어피티’ 정인이지금 각종 경제 이슈의 뿌리가 되는핵심 사건들만 뽑아 쉽고 유쾌하게 들려드립니다!1. 오늘날-지난날 경제 이슈의 연결고리를 찾아드립니다―모든 시사(오늘의 일) 뒤에는 역사가 있는 법!암호화폐·NFT·AI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자립의 첫발을 떼야 하는 20대, 전세를 벗어나 범서울 내집마련의 꿈을 향해 달리는 30대, 벼락거지 될까 봐 재테크에 뛰어든 지 n년차 40대, 명퇴 후 임대사업자가 꿈이었던 현 자영업자 50대, 이미 노후인데 여전히 노후대책 마련 중인 60대.오늘도 경제 뉴스를 뒤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에게, 쉽고 생생하게 오늘의 한국을 이해하게 하는 어제의 경제 뉴스를 들려드립니다.2000년대 말 많고 탈 많은 성남시 개발을 이해하려면 1971년 8·10성남민권운동부터 살펴보아야 성남이라는 지역의 특수성과 개발 이슈를 제대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긱워커 등 2023년 현재 우리를 둘러싼 불안정 노동의 문제를 짚으려면 1997년 대기업 연쇄 부도와 외환위기부터 따져보지 않을 수 없지요. 왜 아버지가 ‘주식 하면 삼대가 망한다’고 말씀하시는지 궁금하다면 1962년 증권파동의 현장으로 가보아야 합니다. 1980년대 3저 호황과 2000년대 한미 FTA를 통과하면 유가와 환율이 멱살 잡고 가는 우리나라 경제의 특성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과 2020~2021년 빅테크버블을 함께 놓고 흐름을 따라간다면 미래의 어떤 버블 앞에서 좀 더 의연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시사 뒤에는 역사가 있습니다.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이 내린 ‘어제’의 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이 되었으며, 우리의 ‘오늘’은 어떤 모습의 ‘내일’로 찾아올지 예감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경제사는 한 번쯤 펼쳐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을 비교하고 연결하며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고 예측하게 합니다. 가격이 오를 부동산을 고르는 법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명문고, 무장공비, 지하철 2호선 노선, 인구 과밀, 체비지, 경부고속도로 등으로 이어지며 강남의 탄생을 눈앞에 펼쳐 보이는 식입니다. 빚이 100억이면 부자일까, 거지일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해 저축은행 뱅크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PF대출, 사채, 8·3사채동결조치, 종금사와 ‘꺾기’ 관행까지 막힘 없이 술술 풀어가며 사금융과 제2금융권의 시작과 현재까지를 일목요연하게 들려줍니다.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는 오늘의 한국 경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재밌고 빠른 지적 여행의 길잡이입니다.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볼게요. 삼성전자가 전 세계 반도체산업의 핵심 기업이라는 ‘오늘’의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지독하게 가난한 나라에서 한 기업이 도대체 왜, 어떻게, 어쩌다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지 ‘어제’의 과정을 아는 사람은 적어요. 오늘의 성공에는 삼성전자의 노력뿐 아니라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과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정책 또한 있었단 말이에요. 당시 역사를 모른다면 우리는 유사한 환경에 처했을 때 이미 검증된 성공과 실패의 맥락도 모른 채 내일을 마주하게 됩니다. ―〈머리말〉 중에서(6쪽)2019년에는 저축은행에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돈이 6조 5,000억 원어치나 저금되어 있었답니다. 금융 사고 보호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현실적으로 피해자 구제가 어렵습니다. 개인의 책임 문제와 금융상품 판매 구조의 부조리함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기 때문이에요. 개인이 구조를 이길 방법은 없다고 봐도 좋아요. 그래서 불합리한 구조와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하지만 당장 손해 보는 사람은 나 자신인 만큼,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똑똑한 소비자가 돼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속 편한 소리도 21세기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고, 1972년 8·3사채동결조치 때는 그럴 수도 없었어요. 저축은행의 탄생이 1972년이었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죠? 이제부터 기업이 서민들에게 사채를 빌려 쓰던 기이한 관습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4-3. 대기업이 중소기업 대리한테 돈을 빌려달라면?〉 중에서(347~348쪽)2. 경제 뉴스를 따라잡기 위해 알아야 할 한국경제 46대 사건―증권파동, 강남개발부터 빅테크버블, 깡통전세까지해방 직후 토지개혁, 1962년 증권파동, 1970년대 강남개발부터 1993년 금융실명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쳐코로나19 이후 재편된 GVC, 2020년 빅테크버블, 2023년 갭투자와 깡통전세까지46개의 사건으로 한국경제사를 독파합니다.한국현대사는 무척 빠르고 역동적으로 흘러왔습니다. 그만큼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또 그만큼 흑역사도 많았어요. 하지만 흑역사도 우리에게 미래를 통찰할 인사이트와 힘을 주었다는 점에서 빠짐없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금융 비리를 해결하는 첫걸음이었던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은 강남 아파트 10만 채 해먹은 1982년 ‘장영자·이철희 어음사기 사건’이라는 희대의 사기 사건이 없었다면 조금 더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이 책은 부동산, 노동과 복지, 금융경제, 정치와 경제, 국제관계 등 한국경제사에서 주목할 여러 분야를 고루 다루면서, 한국경제의 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46개의 대표적인 사건을 꼽아 소개합니다. 오늘 한국을 만든 경제적 사건, 사고 들을 돌아보면 가슴 아픈 일도, 흥미진진한 일도, 통쾌한 일도 가득합니다. 해방 직후부터 바로 오늘까지 80여 년의 역사를 단숨에 따라가며 한국경제를 만든 역사적 순간들을 만나보세요.이 책은 우리가 겪은 오늘의 사건과 그 사건의 뿌리나 유사한 사건을 연결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저를 포함해 평범한 사람들이 낯선 역사를 처음으로 공부하기에는 각종 사건·사고만 한 이야깃거리가 없거든요. 과거 한국 사회의 충격적인 사건·사고로부터 시작하다 보니 우리 경제의 흑역사가 두드러져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 온 국가에서 여러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그 사회가 살아 움직이며 과거를 극복해 왔다는 증거이자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많은 사회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머리말〉 중에서(7~8쪽)은행 거래를 시작할 때 신분증을 내고 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드는 것이 금융실명제입니다. 사실 이런 당연한 설명을 하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지죠. 아니, 그럼 도대체 누구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한다는 거야 싶으니까요. 내가 내 마음대로 동생 명의로 통장을 만든다든가, 주민등록번호 확인 절차도 안 거치고 ‘아무도 저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닉네임만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할 순 없거든요. 그런데 1993년 8월 12일까지는 이게 가능했습니다. (중략) 개혁이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는 만큼, 금융 시장 혼란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는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실명제 반대론자의 주장은 과격한 면이 있었어요. 게다가 혼란을 핑계로 비실명제 금융거래 관행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 도입에 어떻게 성공했을까요?① 비실명제를 이용한 장영자·이철희의 어음 사기 사건이 사회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주었고(1982), ② 김영삼의 문민 정부는 그런 사건을 겪고도 부정부패에 절어 있는 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풀어주겠다는 약속으로 세워진 정부인 데다, ③ 대통령 본인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치밀한 타이밍을 계산해 단숨에 해치웠거든요. ―〈3-4.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에 비하면 가상화폐 그까짓 거〉 중에서(260, 265~266쪽)3. 경제와 역사가 이렇게 쉽고 재밌어도 되나요?―경알못도 역알못도 두려움 없이 펼쳐들 수 있는 한국경제사 입문서중소기업 상품 내용이 어려운데요.은행 지금 환율 얼마예요.중소기업 1달러에 950원이요.은행 그러면 하단을 930원으로 잡고 상단을 1,030원으로 잡아봅시다. 여기까지 이해가 가십니까?중소기업 네.은행 매달 장사 어느 정도 하세요? 매출 금액이요.중소기업 한 10만 달러 해요.은행 그러면 환율이 930원에서 1,030원 사이에 있을 때는 매달 10만 달러를 저희가 약정환율 970원에 환전해 드릴게요. 현재 950원이니까 지금 환전하시면 1달러당 20원 더 가져가시겠죠?중소기업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이면요?은행 좀 손해 보시는 거죠. 환율이 뭐, 950원 했다가 990원 했다가 하는 거 아닙니까. 월 10만 달러씩 3년 계약 맺으면 3년간 그게 그걸 겁니다.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문제가 되었던 환헤지상품 KIKO(Knock-In Knock-Out)를 설명하면서 나오는 대목입니다. 단번에 이해하시겠죠? 역사는 지루하고, 경제는 어려운데 하물며 경제사라니(!)라고 생각하셨던 분들도 이 책을 읽다 보면 가뿐하게 경제사 교양을 쌓으실 수 있습니다.이 책의 저자는 28만 밀레니얼이 구독하는 금융·경제 뉴스레터 어피티 《머니레터》에서 약 80주간 〈라떼극장〉을 연재하며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시종일관 친절하고 유쾌하게 경제사를 들려준 덕분에 지식과 재미를 모두 전하며 구독자들의 단단한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미 검증된 경제 공부 트레이너인 거죠. “전세제도가 금융제도라면 믿으시겠어요? / 너의 이름은 불안정노동이거나 N잡러이거나 / 현대차노조, 파업을 안 해서 뉴스에 남 / 약국에서 진료도 하고 마약도 팔던 시절 / 회계장부 예쁘게 꾸미고 싶겠지만 그거 불법이야 / ‘묻지마 저축’이라고 들어봤나 / 터져버린 거품 속에서 미래의 대기업이 피어오른 거야 / 3분 카레보다 손쉽게 부당이득 만드는 삼분폭리 / 사채가 서민의 주식 투자와 같다면? / 미국 팀장과 함께하는 GVC 팀플 / 우리나라 최초의 뱅크런은 조선총독부로부터 / ‘경제는 박정희보단 전두환’이란 말이 나오는데 / 대통령이 먹을 것 때문에 대국민 사과 / 외교 실패 한 방이면 21조를 날릴 수 있다” 본문에 등장하는 소제목만 봐도 내용이 막 궁금하고 당장 책을 펼쳐보고 싶어집니다. 더 이상 지루하거나 어렵게 경제사에 입문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책을 통해 꼭 알아야 할 한국경제사의 핵심 사건들을 즐겁게 만날 수 있습니다. 구독자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하루에 100개가 넘는 피드백이 오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국제 상황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맞아요. 사람들은 단순히 오늘의 현상을 아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어제가 왜, 어떻게, 어쩌다 오늘을 딱 오늘 같은 모양으로 빚었는지 알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야 오늘이 내일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낼지 가늠이라도 해볼 수 있으니까요. …… 이렇게 꾸준한 애정을 받는 비결은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일 겁니다. ―〈머리말〉 중에서(5~7쪽)은행 & 기업 요새 세계적으로 금리 엄청 낮은데? 일단 빌려서 뭐라도 하자.미국 우리 경제 지금 너무 활황인데? 버블이다. 금리 올려.동남아 야야, 큰일이다. 투자금 빠진다. (와르르 경제 무너지는 소리)한국 아니, 우리 투자금 돌려줘야죠. … 여보세요? 듣고 있니? ―〈3-2. 금모으기운동, 정말 도움됐을까?〉 중에서(229쪽)채권 시장도 그렇고 주식 시장도 계속 공매매 이야기가 나오지요? 공매매, 즉 공매수와 공매도는 주식 거래 기법입니다. 공매매를 하려면 그냥 돈을 주고 현재 가격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홀짝 도박처럼 ‘가격이 오를 것이다’ 혹은 ‘가격이 내릴 것이다’라는 주가 방향에 베팅하게 됩니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빌려 매수나 매도 주문을 넣고,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진짜로 사거나 (사서) 판 다음 차익을 버는 겁니다. 좀 어려운 부분이니까 예시를 들어볼게요. ……사람1 이거 꼭 오르는데. 진짜 오르는데.사람2 너 돈 없잖아?사람1 공매수 된대. 일단 사려고.사람2 돈은?사람1 지금 당장 안 내도 돼. 청산일에 내면 돼. 그때까진 돈 빌려줄 사람 생길 거야.사람2 돈 빌리는 게 그렇게 쉽냐?사람1 청산일에 이득만 나봐. 금세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니까 너도나도 빌려주려고 할걸?(진짜 오름)사람2 야, 진짜 엄청나게 올랐어.사람1 그것 봐라. 주식 창 보여주고 당일 상환에 이자 10% 주겠다니까 바로 빌릴 수 있더라고.―〈4-1. 왜 아버지가 ‘주식 하면 삼대가 망한다’고 말씀하시냐면> 중에서 (305,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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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을 읽다 - 꽃의 인문학 ; 역사와 생태, 그 아름다움과 쓸모에 관하여 (커버이미지)
    [역사]꽃을 읽다 - 꽃의 인문학 ; 역사와 생태, 그 아름다움과 쓸모에 관하여
    • 스티븐 부크먼 지음, 박인용 옮김
    • 반니
    • 2017-12-07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것이 꽃의 전부는 아니다누구도 미처 알지 못했던 꽃과 인간의 역사,그 찬란하고 경이로운 여정!철저하고 과학적이며 꽃의 역사와 문화를 시적인 감수성으로 녹여낸, 보기 드물게 훌륭한 책이다. -에드워드 O. 윌슨 Edward O. Wilson(하버드 대학 명예교수)꽃의 문화사와 자연사를 우아하고 간결하게 풀어냈다.당신은 이 책을 통해 꽃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지역들을 여행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커커스 리뷰수분 생태학 생물학자인 저자는 꽃이 인간의 문명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열변하고 있다.당신은 이 매혹적인 책에 녹아 있는 저자의 흥분과 열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될 것이다.-퍼블리셔스 위클리▼ 꽃이 걸어온 길우리는 해마다 봄이 되면 향기로운 꽃축제로 발길을 향하고 생일이나 기념일이 되면 화사한 꽃다발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자신도 모르게 꽃들의 아름다움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거나, 꽃향기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왜 우리는 꽃에 매혹당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막상 우리가 꽃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라고는 장미나 튤립, 백합 등 몇 종류의 이름이 전부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적어도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시간을 거쳐 우리에게 왔으며, 인류의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그토록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는 꽃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인류는 역사가 기록되기 전부터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꽃을 이용해왔다. 인류의 조상 유인원은 잡식성이어서 꽃과 열매를 먹었다. 우리의 단것에 대한 기호는 바로 꽃과 열매를 먹던 조상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흙 파는 연장이 발견된 이후에는 원예가 이루어졌고, 곡물을 가꾸기 쉽게 줄지어 심기 시작하면서 정원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그 향과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화훼재배가 발전하면서 꽃을 단순히 관상용으로 즐기는 것은 물론, 기쁨을 나누고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꽃을 주고받기도 했으며 때로는 음식에 맛과 향을 더하기 위해 향신료로 첨가하기도 했다. 때때로 꽃은 치유와 건강을 위해 이용되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 사원의 승려들은 값비싼 사프란 섬유질을 쓴맛이 나는 위장약으로 사용하거나 습포제로 붙였다. 클레오파트라는 미용을 위해 목욕물에 사프란을 넣기도 하고 남자들과의 쾌락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먹기도 했다. 중국의 여성들은 암과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중국 남부의 중추절 기간에 국화와 달콤한 목서의 꽃을 녹차 잎과 섞어 마셨다. 뿐만 아니라 미묘한 향기들을 결합해 값비싼 향수를 만들기도 했고, 씨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질은 직물의 소재로 쓰기도 했다. 나아가 꽃은 오래 전부터 화가, 작가, 사진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오늘날까지도 책, 그림, 조각, 광고 등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꽃은 밝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희망과 더불어 우리의 과거를 대변하기도 한다. 저자는 만약 꽃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주장한다. ▼ 꽃의 은밀한 역사 속으로어린 시절부터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는 것을 즐겼던 곤충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꽃에 대해, 특히 인간사에서 꽃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선사시대 이래로 모든 대륙과 문화권을 막론하고 인류가 꽃에 매혹된 이유와, 상상 가능한 온갖 목적과 기쁨을 위해 꽃을 이용해온 역사를 추적하는 책을 소개할 필요성이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이 책은 우선 꽃의 식물학적인 분석, 즉 꽃의 생물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그들의 생식방법과 기원, 진화과정을 훑어보는 것에서 시작해, 야생의 꽃들이 어떻게 재배되면서 우리의 정원으로, 화원으로 들어와 판매까지 되었는지 살펴본 후, 식품과 향수로서의 역할은 물론 문학과 미술, 신화 등을 비롯한 인류의 문화사에서 꽃이 어떤 영감을 주었고 어떻게 활용되어 왔는지를 찬찬히 훑어본다. 그야말로 꽃에 대한 모든 것이다. 그동안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꽃의 은밀한 역사를 추적하며 독자들에게 향기로운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꽃과 인간의 동반자적 관계인간과 정원의 꽃은 상상 이상으로 가깝고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속씨식물을 가꾸기 시작했다. 주요 농작물로 재배되는 수백 종의 식물들은 전 세계 70억 인구를 먹여 살리고 병을 치유하며, 정원의 꽃이나 그 외 여러 꽃은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를 제공하지 않고 기꺼이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고 사기를 북돋우며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이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배할 수 있다고 여기며 인간이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꽃들이 인간의 보살핌을 받아 널리 퍼지고 제대로 번식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의존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많은 과학자들은 속씨식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우리를 지배한다고 믿고 있다. 과연 누가 누구를 지배해온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꽃을 보살핌으로써 그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고, 먹거리를 제공하고,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며 두 개체는 동반자적인 관계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꽃과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서로에게 필요하며 또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사막화 등 여러 환경적 위기로 멸종해가는 꽃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꽃이 우리를 치유한다면 우리 또한 꽃을 치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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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 짓들의 역사 - 나쁜 행동이 어떻게 문명을 발전시켰을까? (커버이미지)
    [역사]나쁜 짓들의 역사 - 나쁜 행동이 어떻게 문명을 발전시켰을까?
    • 로버트 에반스 지음, 박미경 옮김
    • 영인미디어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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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엽이 지기 전에 - 1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 (커버이미지)
    [역사]낙엽이 지기 전에 - 1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
    • 김정섭 지음
    • Mid(엠아이디)
    • 2017-12-07

    “침략자 없는 비극” 1차 세계대전이 한반도에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2017년 6월 19일, 북한에 억류당했다가 풀려난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가 미국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강한 분노를 표시했고,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세계의 많은 시민들의 북한 정권 비판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아직까지 언론은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과 보복 대응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을 벌해야 한다는 여론은 폭발적이다.이러한 외교 안보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자세는 어떤 것일까? 어떤 것이 한국의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고,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정국을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이러한 해답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까? 『낙엽이 지기 전에』의 저자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외교 및 안보상황이 현재의 한반도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극복하지 못할 전쟁이란 없다잘못된 믿음과 선택을 경계하라백 년도 더 전에 머나먼 서구의 땅에서 일어났던 1차 세계대전이지만, 1차 세계대전 전야의 유럽 정세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다. 먼저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국가는 각자 자신을 보호해주거나 지지해줄 동맹으로 견고하게 묶여 있었고, 군이나 정부에서는 선제타격을 위한 전쟁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또 국민들은 자신들이 적대시하는 국가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자신의 국가를 침략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었다.그러나 저자는 1차 세계대전이 “침략자 없는 비극”, 혹은 “일어날 이유가 없던 비극”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상황과 연계하여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이 어구는 사실 1차 대전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감은 전쟁의 빌미가 되기에는 약하고, 동맹과 같은 대비책은 전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막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그저 그릇된 믿음과 잘못된 선택이 전쟁으로 많은 국가를 끌어들인 것이다.책에서는 1차 세계대전이 “포커 게임”과 같은 상황 때문에 일어났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믿음이 ‘블러핑’과 같은 선전포고와 외교적 군사적 행위로 이어졌고, 막상 상대방이 강한 패를 가지고 나오자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불이 붙게 되었다는 것이다.선제공격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죽고, 이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다쳤으며, 또 실종되거나 기아와 질병으로 죽은 사람이 천만 명에 달하는 비극이 일어난 이유가 이러한 동기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1차 세계대전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1차 대전을 확전시킨 가장 큰 문제는 선제공격의 유혹이었다. 당시에는 빠르게 수도를 점령하고 강화 조약을 맺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이는 한국과 북한의 전시상황 시뮬레이션과 유사하다.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을 끝내어 다른 국가의 개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1차 대전의 독일 역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선제공격은 잘 알려졌듯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미국에서 이미 논의되었던 북한의 핵시설 타격과 같은 선제공격은 어떨까? 성공적으로 북한의 기선을 제압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미 가공할 정도의 보복능력을 보유한 북한에게 오히려 한반도를 기나긴 전쟁으로 끌고 갈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을까? 우리는 1차 대전이 주는 교훈을 통해서 균형 잡힌 외교 및 안보 정책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관리하는 데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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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커버이미지)
    [역사]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12-07

    황제를 처단한 폭우, 독재자를 위협한 안개!그날의 날씨는 제국을 멸망시키고, 인류를 단련했다로마제국이 황금기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준 날씨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지구 온난화까지오늘의 날씨는 내일의 역사가 된다워털루 전투의 그날,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히틀러가 안개 때문에 테러가 일어날 맥주홀을 서둘러 떠나지 않았다면.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그날 해풍이 몰아쳤 면! 만약, 역사의 ‘그날’ 날씨가 맑고 쾌청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기원전 200년 로마로부터 시작해 2015년 현재 캘리포니아 가뭄까지. 날씨는 역사의 흐름을 차분하게, 혹은 격렬하게 만들어왔다. 따뜻한 날씨에 제국은 번성했고, 추운 날씨에는 침략과 전쟁이 일어났다. 비바람은 전쟁의 승패를 갈랐고, 쏟아지는 비는 대기근을 불러왔으며, 화산 폭발은 인류의 낮을 지우고 동시에 인류 최악의 전염병을 몰고 왔다. 이 책은 잘 알려진 역사의 ‘그날’ 이면에 작용한 날씨의 힘이 새로이 보여주는 것은 물론, 역사 전반에 날씨가 끼친 영향을 다시금 느끼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에 더해 날씨와 기후전문가들이 절대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온난화의 주범과 날씨의 변화에 제대로 도모해 지금의 역사를 제대로 써내려가는 방법까지 톺아볼 수 있다.우리의 기분은 날씨에 의해 쉽게 좌우된다. 날씨가 좋으면 붕붕 날던 기분도, 날씨가 흐려지면 빗방울과 같은 속도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이렇게 날씨는 인류에게 사소한 기분을 전하는 동시에 기근, 가뭄, 기나긴 장마와 어둠, 혹한, 버티기 힘든 질병으로 이어지며 인류사에 어마어마한 궤적을 그려냈다. 날씨는 인류에게 기회이자 전환점이었으며, 천벌이자 종착점이기도 했다. ‘그날’의 날씨는 인류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제국과 문명마저 무너뜨리는 날씨의 힘로마제국 전성기에는 매년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포근하고 변덕 없는 날씨 속에서 충분한 소출량을 기반으로 그들은 안정적인 정치를 다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혹한이 닥치면서 로마는 분열하기 시작했다. 다섯 명의 어진 황제가 이어지던 평화는 깨지고, 황제의 자리는 1년이 채 가지 않는 피의 옥좌가 되었다. 잔혹한 권력 찬탈의 칼바람을 맞으며 제국의 땅은 쟁기를 댈 수 없을 만큼 굳게 얼어붙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땅이 얼며 날씨의 신이 완전히 그들을 저버렸을 때 로마는 멸망하고 말았다. 거대한 제국조차 하늘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제국의 멸망 이후, 날씨의 신은 더 무서운 기세로 고대 문명까지 뿌리 뽑아 버린다. 1,000년 이상 꽃을 피웠던 마야 문명은 오싹할 정도로 웅장한 문화유산만을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 좁은 면적에 1,000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살면서 잦은 벌목과 개발이 잇따랐고, 토양의 변화는 곧 날씨의 변화를 가져왔다. 기나긴 역사와 엄청난 인구는 가뭄과 기근을 마주하며 결국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날씨의 신, 승자와 패자를 가르다영화 [300]에서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는 지형을 재치 있게 활용한 스파르타의 최정예부대에 휘둘린다. 하지만 결국 그들을 화살받이로 만들어 승리를 거두며 ‘신왕’의 위용을 뽐낸다. 그러나 이 위대한 왕조차 그리스 연합군을 맞아서는 참담한 패배를 거두고 말았다. 거센 입김을 내뿜는 바람의 신 때문이었다. 페르시아의 군선은 그리스 연합군의 4배에 달했지만, 거센 바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선고가 높은 배들은 서로 부딪치며 부서져 내렸고, 그 틈을 타 연합군은 맹공을 퍼부었다. 이처럼 약소국에게 바람의 신은 유독 후한 면모를 보였다. ‘신풍’이라 불리는 신의 바람, 가미카제는 엄청난 부대를 이끌고 일본을 침략한 몽골군으로부터 일본을 지켜주었고 이후 가미카제는 일본의 신화가 되었다. 영국 또한 스페인 무적함대와의 전투에서 해풍의 도움을 받았다. 무적함대는 전투에서 50척의 배와 5,000여 명의 병사를 잃었지만 영국은 작전에 사용한 배 외에 한 척도 잃지 않았으며, 150명의 사상자만 냈을 뿐이었다. 영국은 이날의 전투를 기념하며 기념주화에 “신께서 바람을 보내시니 그들이 흩어지더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정녕 ‘신’이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투였다.역사 속 인물들의 운명을 결정한 날씨날씨는 황제와 인류 역사상 가장 지독한 독재자에게도 마수를 뻗쳤다. 정복욕에 불타는 황제에게는 매서운 추위와 끈질긴 비가 따라붙었다. 나폴레옹은 러시아의 잔혹한 추위에 떨고, 워털루의 진흙 속에서 질척거리다가 결국 정치 생명을 마감하고 말았다. 인류에게 홀로코스트라는 재앙을 안겨준 독재자 히틀러는 안개에 울고 웃었다. 폭탄이 설치된 맥주홀에서 안개 덕분에 테러를 피한 그는, 본국에서 치러진 전투에서는 갑자기 안개가 걷혀 연합군에게 되레 당하고 만다. 직경 40센티미터가 넘는 우박이 프랑스 제3신분의 울분에 도화선을 그으며 시작된 프랑스혁명은 이후, 수많은 이들을 단두대로 보내는 ‘공포정치’라는 참혹한 결과를 자아낸다. 그러나 끝날 것 같지 않던 참수는 한바탕 쏟아진 장대비로 막을 내린다. 공포정치의 수장인 로베스피에르가 마지막 변론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의 변론을 듣기 위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쏟아지는 비에 뿔뿔이 흩어졌고, 그는 권총에 맞아 부서진 턱을 하고 단두대에 올라 마지막 대중연설을 장식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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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가 바꾼 세계의 역사 - 로마제국의 번성에서 미국의 독립까지 (커버이미지)
    [역사]날씨가 바꾼 세계의 역사 - 로마제국의 번성에서 미국의 독립까지
    •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24-02-19

    날씨에서 자유로운 역사는 없다.프랑스 대혁명의 총아이자 공포정치의 대명사, 로베스피에르는 파리 시민들에게 연설을 할 계획이었다. 1794년 7월 27일이었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여론을 돌리고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몸이 좀 안 좋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잠시 시간을 지체하던 중, 28일 자정으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로베스피에르가 사자후를 토해내기를 기다리며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더니 순식간에 광장이 텅 비어버렸다.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린 로베스피에르는 파리코뮌에 보내는 호소문을 작성하던 중, 국민공회 군대에 체포되었고 바로 그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인 탈레랑은 이 사건을 두고 유명한 말을 남겼다.“비는 반혁명적이다.” 하늘의 뜻이다. 하늘이 도왔다. 하늘이 안도와주네. 평상시에도 우리는 이런 말을 많이 한다. 결혼식에 비가 오면 어떡하지? 모내기철인데 땅이 말랐네, 생각보다 날이 추워서 여행을 망쳤어, 장마가 너무 길어서 일주일 넘게 해를 못 보니 우울하네, 짙은 안개 때문에 10중 추돌 사건이 일어났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우리는 늘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뉴스가 ‘내일의 날씨’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국가의 대사를 앞두고 날씨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광장에서 거행되는 대통령 취임식부터 누리호 발사에 최고의 타이밍까지. 과학자들과 기상관측자들은 최적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쟁의 승패를 가른 날씨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스를 살린 살라미스 해전과 영국의 무적함대 격파, 일본의 운명을 가른 가미카제, 나폴레옹에게 패배를 안긴 워털루의 날씨는 역사가들의 단골 소재이며,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는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기를 잡은 계기가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D-데이를 어떻게 결정했는가가 매우 흥미롭다. 계속되는 악천후 속에서 단 하루의 맑은 날씨를 귀신같이 예측해냄으로써 수십만 연합군이 배에서 내려 노르망디 해안으로 상륙할 수 있었는데 그 날짜는 6월 5일 저녁부터 다음날인 6월 6일 새벽까지였다. 인간의 자원 남용과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오늘날, 인류사에 기록된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사회 변화, 더 나아가 국가의 흥망은 흥미로우면서도 놓칠 수 없는 시사점을 준다. 대기근과 홍수, 가뭄, 여름이 없는 해, 소빙하기와 중세 온난기 등에 대한 이야기는 기후변화가 지구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는 과거와는 그 양상이 다르다는 게 확실함에도 이를 애써 부인하는 세력들이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배를 타고 우주를 항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배가 지금 그다지 튼튼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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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삼일운동 - 많은 인민을 이길 수 없다 (커버이미지)
    [역사]낯선 삼일운동 - 많은 인민을 이길 수 없다
    • 정병욱 지음
    • 역사비평사
    • 2024-02-19

    우리는 보통 삼일운동에 대해서 지도부와 엘리트가 있고 그들의 지도에 따라 민중이 만세시위에 나섰다고 생각한다. 지도부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민족대표 33인’이다. 만약 33인의 독립선언만 있고 방방곡곡에서 그에 호응한 만세시위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나의 큰 조직 사건에 그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후 33인이 지도자로서 받게 되는 존경 또는 실망도 지금보다 크지 않았을 것이다. 민족대표 33인의 ‘자임’을 추인하여 명실상부한 ‘대표’로 만든 것은 나라 안팎의 만세시위였다. 그런데 우리는 만세시위 참여자를 잘 모른다. 참여 민중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공감하고 연대했던 민중이 주인공인 삼일운동의 역사다.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삼일운동왜 ‘낯선 삼일운동’일까?“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삼일운동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나온다. 한국인이라면 다 알고, 모르는 게 오히려 이상한데 ‘낯선 삼일운동’이라니? 대체 무엇이 낯설다는 거지?저자는 엘리트가 남긴 사료 중심으로 연구, 서술되는 역사를 비판한다. 삼일운동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2019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국가기록원이 공동 주최했던 삼일운동 100주년 특별 전시회뿐 아니라 전국에서 열린 삼일운동 100주년 특별전이 모두 ‘엘리트 중심의 전시’였음을 분석해냈다. 삼일운동 관련 피고인 중 근대 학교교육을 받은 자는 19%에 불과한데도 전시에서는 76%를 차지하고 있다며, 엘리트 편향은 결국 민중의 주변화나 실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유명하지 않거나 엘리트가 아니면 자료가 없어 전시를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저자는 그런 생각에 의문을 품으며, 단지 의지와 방법, 그리고 시간의 문제라고 일침을 놓는다. 너무 빛나는 엘리트 위주의 사료만 보다가 눈이 멀고 귀가 먹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이 책은 민중의 삶으로 들어가 그들의 눈으로 삼일운동을 바라보게 한다. 저자는 뭉뚱그려진 민중의 모습이 아닌 삼일운동 참여자로서 개인의 생애에도 주목한다. 여러 차례에 걸친 현장 답사와 꼼꼼한 사료 분석을 통해 삼일운동이 일어난 마을과 사건을 재구성하고 그 속에서 삶과 일상을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동안 눈멀고 귀먹은 우리가 낯설지만 더듬더듬 삼일운동의 주역을 찾아가는 길을 안내해준다.밤새 걷고 또 걸어 독립선언서를 전달한 홍석정 그의 최후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삼일운동1919년 당시 쉰네 살의 홍석정. 황해도 수안군의 전 천도교교구장인 그는 3월 2일 새벽 3시 독립선언서를 이웃한 곡산군에 전달하고 돌아와서 3월 3일 새벽 6시 수안면 만세시위에 앞장섰다. 수안군에서 곡산군까지는 90리, 35.3km다. 하루 꼬박 90리를 왕복하는 게 가능할까? 그것도 잘 닦여진 평탄한 길도 아니고 산길이다. 게다가 쉰네 살의 젊지 않은 나이다.젊은 나이도 아니지만, 서울 중앙교구에서 보낸 중요 문서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기에 전 수안교구장 홍석정이 맡게 된 것이다. 그는 곡산에 가서 ‘조선독립만세를 부르면 독립이 되니 그렇게 하라’며 독립선언서를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몇 집을 들르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에게도 시위에 나오라고 권유했다. 판결문에 나오는 수안면의 1~3차 만세시위 참가자 58인 중 22인이 홍석정의 연락을 받고 시위에 나섰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바삐 움직이며 사람들을 만났을지 충분히 짐작된다.3일 새벽 6시 홍석정을 포함한 1차 시위대는 헌병대를 찾아가 항의하고 헌병분대를 인도하라는 구호를 외친 뒤 돌아왔다. 그 전날 헌병대의 수안교구실 압수 수색과 수안교구실 간부 연행에 따른 항의 성격이 짙다. 이후 교구실은 교구실대로, 헌병대는 헌병대대로 각기 대책을 마련한다. 수안교구실은 군내 각지에서 몰려들 교인들의 만세시위를 준비해야 할 터이고, 헌병대는 또다시 있을 시위에 대비하기 위해 헌병·경찰 외에도 일본인 상인과 사냥꾼 중에 총기 소지자를 불러 모았다.그런데 11시 30분쯤 헌병대 쪽에서 총소리가 났다. 수안면의 옛 서부면 거주자들과 대천면 사람들이 수안면 석교리 교구실로 오다가 헌병분대 앞을 지나가면서 만세를 외쳤는데(2차 시위), 헌병대는 해산에 불응한 1차 시위대가 다시 시위에 나섰다고 판단하여 총격을 가한 것이다.교인의 사망 소식을 들은 교구실 간부와 교인들이 다시 나섰다. 3차 시위의 시작이다. 이 시위에서는 구경하던 열두 살 소녀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등, 일제 검경의 4월 말 집계 보고에 따르면 13명이 사망하는 잔혹한 진압이 이루어졌다. 180리(약 71km) 길을 밤새 걷고 또 걸어 곡산에 독립선언서를 전달하고, 사람들에게 시위를 독려했던 홍석정도 이 3차 시위에서 총을 맞는다. 밤새 걷느라 눈 한 번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다리 한 번 펴지 못한 채 만세시위에 참여했을 홍석정은 그제서야 쉼을 얻고 눈을 감는다.3차 시위에서 살아남은 한병익은 곡산으로 가 수안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곡산의 만세 시위에까지 참여한다. 그는 이 일로 내란죄로 기소되어 경성의 법정에까지 서게 된다.본문 「3. 수안의 황천왕동이 홍석정, 한낮에 비로소 쉬다」는 「보론 2: 1919년 3월 황해도 수안 만세시위의 재구성」과 같이 읽으면 좋다. 「보론」에서는 조선총독부 판검사가 수안군 시위에 ‘내란죄’를 적용하기 위해 쓴 ‘습격’, ‘폭동’이라는 단어를 역사학자들이 사료 비판 없이 긍정적 의미의 관점으로 바꿔 ‘공세적 시위’라고 서술하는 데 반대한다. 저자는 ‘습격’이나 ‘공세적 시위’가 아니라 해서 수안군 시위가 격렬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며, 그 의미도 깎이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저자가 주목하는 바는 나라가 사라진 상황에서 종교공동체·지역공동체에 속한 그들이 독립만세를 부르며 요구하는 ‘구속자 석방’의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데 있다. 즉, 그 역시 식민권력에 대한 도전이며 부정이라는 것이다. 삼일운동 수감자 머그샷의 비밀그들은 단체로 사진을 찍혔다!역사영화는 작가의 상상이 들어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료에 근거한 팩트 체크가 기본적으로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신문 기사는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해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일 때가 많다. 그러나 무턱대고 사실로 믿어버리면 안 된다. 영화, 신문, 인터넷 자료의 정보가 모두 사실은 아니다.우선, 제일 많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하나. 유관순의 수인번호. 1965년 3월 26일자 『동아일보』는 치안국에서 유관순 수감사진을 발견했다며 그의 수인번호를 ‘371’이라고 했다.“이 사진은 유관순 양이 3·1만세운동 때 왜경에 잡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을 때 찍은 것으로 푸른 수인복을 입은 유 양 가슴에는 ‘371’의 수인번호가 뚜렷하다.” ―『동아일보』 1965. 3. 26.2019년 개봉한 영화 에도 유관순의 수인번호는 371이다. 그러나 371은 수인번호가 아닌 ‘사진 원판 보존번호’이다. 즉, 에 부착할 사진을 인화하는 데 쓰인 원판의 번호라는 것이다.저자는 수안면 만세시위로 잡힌 이들의 수감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놀라운 발견을 한다. 인물카드에는 개개의 인물 사진이 보통의 사진처럼 사각형이 아닌 양옆이 비스듬히 잘려 나가거나 한쪽이 사선으로 잘려 나가 있다. 이들 사진을 잘린 면을 중심으로 맞춰 보았더니 5~6인씩 찍은 단체사진이었다(81쪽, 와 참조). 사진의 오른편에는(보는 사람의 시각으로는 왼쪽) 많은 사람들이 수인번호로 착각한 보존번호가 일련번호로 적혀 있다. 보존번호가 이웃한다는 것은 곧 같은 사건으로 잡힌 이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별 카드에 부착된 사진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사실이다. 20세기 초부터 사람의 초상이 찍힌 사진이 민중 통제에 이용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비싼 비용 때문에 한 사람씩 찍을 수 없었던 것이다.단체사진 속 각각의 인물 사진 가장자리를 많이 오려버린 탓에 수안면 만세시위자 수감자 사진처럼 잘 연결되지 않지만, 이승훈, 한용운, 최남선도 함께 찍혔을 가능성이 높다(87쪽, 참조). 1864년생 이승훈, 1879년생 한용운, 1890년생 최남선이 벽돌 건물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잘라진 사진 속에서 상상해볼 수 있다. 저자는 50대, 40대, 30대가 나란히 같이 서 있는 사진을 보면서 여러 세대의 같은 소망이 담긴 삼일운동을 생각한다.【편집자 노트】저자는 2013년에 『식민지 불온열전』을 펴냈다. 식민지 권력이 일상 영역에 침투하고 통제를 강화하며 삶을 옥죄던 때 불온한 언동을 했다는 죄로 검거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라는 거대 역사 대신, 당대의 작은 개인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들의 일상과 저항을 복원했다. 저자 스스로 ‘불온한 글쓰기’라 이름한, 역사적 사실을 존중하면서 행위자에 어울리는 이야기식 글쓰기, 분석과 검증, 그리고 상세한 주를 단 논문식 글쓰기를 병행했다. 『낯선 삼일운동』도 저자의 그 같은 글쓰기의 연장선상에 있는데, 서사가 한층 풍부해졌다. 『낯선 삼일운동』의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 찡한 감동과 뭉클함이 밀려온다.2016~2017년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질 때 친구 하나가 다섯 달 가까이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추운 날씨에 독감까지 걸려 기침을 해대면서도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갔다. 왜 그렇게 가냐고 물었더니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그래야 바뀔 것 같아서...”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그리는 사회상이 다 똑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만 볼 수 없고 사회가, 정치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원하는 바람은 같았을 것이다. 1919년 삼일운동에 참여한 보통사람들의 마음도 그렇지 않았을까? 나라가 사라진 상황, 헌병경찰통치하 이미 폐지된 태형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시행되고, 자유와 권리는 탄압되는 상황에서 만세시위에 참여하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저자라면 1919년 민중의 삼일운동을 썼듯이, 먼 훗날 시민이 주인공인 촛불시위를 역사적 서사 구조를 가지고 감동적으로 서술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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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 (커버이미지)
    [역사]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
    • 이광수 지음
    • 나름북스
    • 2017-12-07

    근대 이후 유럽은 전 세계를 지배해왔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그들의 역사에 열광하고, 세계사 공부도 으레 유럽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기나긴 인류 역사를 보면 유럽 외에 수많은 나라와 민족의 흥망성쇠가 이어져 왔다. 광대함으로 따지자면 몽골 제국의 그것에 로마 제국은 비할 바가 못 되고, 고대 문명은 인도나 서아시아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특히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받은 한국은 유럽보다 변방의 나라들과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다. 21세기 들어 아시아나 제3세계로 한국의 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들의 역사에 관해 무지하다. ‘세계사편력’은 인도의 독립 운동가 네루가 감옥(1930년 10월 26일부터 1933년 9월 8일까지)에서 딸에게 보낸 196통의 편지를 묶은 책으로, 서양사 위주의 역사 서술에서 배제당한 서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아메리카 등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점에서 ‘세계사편력’은 흔히 세계화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현재에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명저다. 하지만 ‘세계사편력’은 그 방대함으로 청소년이나 비전문가인 일반 시민이 읽기엔 적잖이 부담이 된다. 부산외국어대 이광수 교수가 새로 쓴 《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는 네루의 원저를 쉽게 풀어쓴 해설서이자, 교양 역사서다. ‘세계사편력’을 따라 고대로부터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유럽 중심의 역사 서술을 비판하며, 세계사를 균형감 있게 다룬다. “알렉산드로스는 ‘대왕’일까?”유럽 중심주의와 지배자 관점의 역사 서술 비판흔히 고대 역사라 하면 그리스와 로마 혹은 알렉산드로스와 같은 정복자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로마가 번성할 때 아프리카 해안에는 로마의 강적 카르타고가 버티고 있었고, 동양에선 중국이 하나라와 상나라를 거치면서 중앙 정부에 기반을 둔 국가를 성립했다. 하지만 당시 유럽인들은 지중해 연안을 제외한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는 마법이 횡행하는 신비의 나라로 생각했다. 이 같은 유럽인들의 사고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우리의 역사관과 세계사 서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저자는 알렉산드로스를 ‘대왕’으로 부르고, 그의 침략이 아시아에 문명을 전해준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전형적인 유럽 중심의 역사 서술이라고 비판한다. “우리는 알렉산드로스를 ‘대왕’이라고 높여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정복당한 사람들이 그를 위대한 대왕이라 부를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의 아버지 필립포스와 함께 잇달아 페르시아 침략을 자행했습니다. 또 그리스의 한 도시 테베가 알렉산드로스에 반항하자 수많은 시민을 학살하고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을 노예로 삼는 등 매우 잔인하게 이 도시를 파괴했습니다. 그가 저지른 야만적 행위는 그리스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그의 침략을 받은 많은 아시아 민족들에게 감탄은커녕 반감과 증오를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그래서 그를 ‘대왕’이라 부르는 이는 유럽 사람들이지 모든 사람은 아닙니다.” (36-37쪽) 저자는 지배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만이 아니라, 지배당하고 착취당한 이들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훑어 나간다. 이러한 관점은 네루의 역사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네루 역시 지배와 피지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사는 서로 다른 지역의 상호 교류와 종합에 관한 이야기여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어떤 국가 혹은 문명의 번성 이유를 권력자나 지배자 개인에게서 찾는 기존의 역사 서술이 놓치는 역사의 이면을 들춰볼 수 있다. “로마에는 이 (귀족과 평민) 두 계급 외에 방대한 수의 노예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시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거권도 없었고 소나 개처럼 주인의 사유재산일 뿐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영화는 바로 이 광범위한 노예제도를 토대로 이루어졌지요.”(47-48쪽)“왜 유럽은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을까?”근대 역사를 읽는 두 축,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는 네루의 ‘세계사편력’과 마찬가지로 고대와 중세에 비해 근현대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왜 문명이 번성했던 아시아나 이슬람권은 쇠퇴했는지, 그에 비하면 보잘 것 없던 유럽은 왜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근대 이후 전개된 세계사에 의문이 생긴다. 흔히 유럽이 19세기 들어 세계의 패권을 잡은 이유를 유럽만의 고유한 문화적 우월성 혹은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 찾는다. 그러나 저자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근현대 역사와 유럽의 팽창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럽의 산업혁명은 식민지를 매우 필요로 했습니다. 산업혁명의 초기 국면에서 생산물이 이윤을 남기려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노동이라는 것이 존재해선 안됐습니다. 따라서 생산을 위해서는 조야하고, 아직 발전되지 않은, 그야말로 야만적 상태의 강제된 노예노동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나라를 침략해 그곳에서 매우 낮은 가격에 상품을 만들어 가져와야 했던 것입니다. 그 상품을 유럽 시장에 팔아 이익을 남기고, 그 돈으로 다시 상품을 만들어 해외 시장에 강제로 팔아넘기는 시스템은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혁명을 부채질했습니다. 결국 19세기 유럽의 세계 지배는 유럽 고유의 문화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1492년 이후 자행한 아메리카 침략과 수탈에 따른 것입니다.”(206쪽)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싼값에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해 원료를 수탈하고 노동력을 착취했다. 그리고 앞다퉈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나라를 식민화했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제국주의와 결합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한국도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았다. 또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한반도는 강대국들에 의해 두 개로 쪼개져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눴다. 한국인들은 일본이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할 때 공분하지만, 유럽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행한 똑같은 역사적 악행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오히려 인도를 비롯해 식민지 경험을 공유하는 다른 나라들의 빈곤 문제를 그들의 문화적 습속이나 민족성 탓으로 돌리며 쉬이 폄하한다. ‘우리’ 이외의 다른 이들의 역사는 식민지 근대화론자들과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진실과도 거리가 먼 이중적 역사 인식이다. “유럽에서는 기존 질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변화가 자연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인도에서는 기존 질서의 소멸이 외부의 힘에 의해 이루어졌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 영국이 새로운 질서를 탄생하지 못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인도는 전진하기는커녕 영국의 정책을 통해 도리어 후퇴하여 전보다 더 비참한 농업국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인도 빈곤 문제의 기초이자 근본입니다.”(162쪽)“팔레스타인 문제의 원인은 종교일까?”현재진행형인 제국주의 잔혹사자본주의와 결합한 제국주의는 세계 곳곳을 지배하고 착취했다. 영국 등 일찍이 자본주의가 자리 잡은 서구 국가들은 자신들의 나라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공화국을 건설했지만, 그들이 지배한 나라들엔 자본주의적 발전도, 민주주의의 확산도 용인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대와 중세 시대 그 어떤 지역보다 문명의 꽃을 피웠던 이슬람 지역은 테러와 전쟁으로 얼룩졌다. 흔히 이슬람 종교에서 그 원인을 찾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역시 제국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도 분쟁이 계속되는 팔레스타인 문제는 이를 잘 보여준다.“지금도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서 벌어지는 테러와 학살 그리고 전쟁의 원인이 많은 부분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이 문제의 성격을 종교 혹은 문화 사이의 충돌로 몰고 가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경제 문제입니다. 팔레스타인은 자치 정부도 없이 영국의 식민지 취급을 받으면서 그 땅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민족자결과 완전 독립을 요구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그 지역으로 이주해 오는 유대인에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2천 년이 넘도록 살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국의 땅에 남이 이주해 들어오는 것을 그냥 둘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아랍인들은 팔레스타인 기독교도의 전폭적인 지지까지 받았고, 모두가 하나로 뭉쳐 투쟁했습니다. 이것은 곧 근본적인 쟁점이 종교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 이주해온 자와 예전부터 살아왔던 거주자 사이의 경제권을 둘러싼 충돌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영국은 아랍인과 유대인을 계속 충돌시킴으로써 이러한 사태를 지속시키고자 했습니다.”(242쪽) ‘세계사편력’의 현대적 재평가 역사의 진실보다 민족의 영광을 취하는 이념, 민족주의《세계사편력 다시 읽기》에서 저자는 ‘세계사편력’의 내용을 단순히 해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네루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한다. 서구 제국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던 네루는 인도 혹은 힌두 민족의 패권적 팽창이나 카스트제도의 역사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네루의 역사 인식에서 가장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민족주의적 역사관의 한계를 지적한다. “네루는 카스트제도가 처음 만들어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첨예한 계급 제도로 변했고, 그 안에서 심각한 착취와 차별이 일어났음을 애써 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그가 식민 지배 아래에서 민족운동을 이끌어가던 지도자로서 역사의 진실을 보는 것보다 민족 전체에 자긍심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민족주의는 역사의 진실이 민족의 영광에 반하면 민족의 영광을 취하는 이념이기 때문입니다.”(27쪽)신자유주의 시대 ‘세계사편력’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세계사편력’은 네루가 독립운동을 벌이던 1930년대 이전까지의 세계사를 담고 있다. 이후 세계는 또다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화를 겪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두 진영이 대립한 냉전 시대를 지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였던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가 독립했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 시대는 막을 내렸고, 비로소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선 여전히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슬람 세계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의 갈등은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이후 더욱 악화했다. 또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들은 무력을 앞세운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에선 벗어났지만, 빈곤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80여 년 전 네루가 당대 세계를 바라보던 문제의식의 두 가지 축, 즉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는 여전히 오늘날 세계의 많은 부분을 우리에게 설명해준다. 현대적 제국주의의 전형은 뒤늦게 유럽으로부터 독립해 초강대국으로 거듭난 미국에서 잘 드러난다. “미국은 더 이상 남아메리카에 예전 방식으로 제국을 건설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상품을 통해 그들의 시장을 장악한 것입니다. 미국 자본가들은 투자와 금융을 통해 남아메리카의 여러 작은 나라에 효과적인 지배력을 행사함으로써 은행과 철도와 광산을 움직여 그들을 착취해 이익을 극대화했습니다. 이것은 제국의 새로운 형태이자 과거와는 다른 근대적 착취 형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할 만합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인 것으로 아무런 외부적 징후도 없는 착취와 지배입니다.”(198쪽)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자본주의는 이제 세계를 지배하는 단 하나의 체제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중반 이후 ‘신자유주의’라는 새 옷을 갈아입은 자본주의는 과거와 양상은 달라졌지만, 경제적 지배를 토대로 여전히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보자면 현재의 이 체제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건 불문가지다. 현재 세계의 모순을 과거 역사를 통해 되짚고, 더욱 평등하고 민주적인 인류 사회 건설을 지향해야 할 오늘의 우리가 \'세계사편력\'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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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지연
    • 위즈덤북스
    •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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